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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상은 다 잊어도 엄마는 잊지 않으마



2018년 05월 10일(목) 13:13
송재빈 / 광주 북부소방서 구급담당
연둣빛 물감을 풀어 놓은 생명의 힘을 느끼는 신록의 계절 5월 생명과 아픔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서울 성수대교 북단 희생자 위령탑이 있는 곳에 2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수막 ‘세상은 다 잊어도… 엄마는 잊지 않으마’가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90년대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재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난의 장소를 찾아가보면, 우리가 이 대도시의 재난을 어떻게 쉽게 잊고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성수대교 사고는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경 서울시 성동구와 강남구 사이에 놓인 다리가 붕괴되어 49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로 가는 여학생 희생자가 많았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추모비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강변북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달리는 차 사이를 지나야 한구석에 세워진 위령비를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1995년 6월 29일 502명이 사망하고 6명 실종, 937명 부상 등 6·25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삼풍 희생자들의 추모 공간은 또 어디에 있을까.

삼풍백화점 희생자 추모비 또한 엉뚱한 양재 시민의 숲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으슥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처음에 유가족 측은 서초동 참사 부지에 위령탑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민의 휴식공간이다’, ‘인근 집값이 떨어진다’ 등 각자의 셈법에 따른 거센 논란이 벌어졌다. 사고 1년여 만에 미원건설에 매각돼 사유지가 되면서 서울시와 서초구는 다른 장소를 알아봤고 현재의 장소에 위령탑이 세워졌다.

재난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장소가 달라지면 재난을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왜 기념하는 장소를 떠나 시민의 숲 안에 조성되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당시 정부 고위책임자들은 자신의 재임기간에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옛날에 나라의 재앙은 임금이 덕이 없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나라가 관료주의 사고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재난 선진국들이 사고 장소에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후대에 교훈으로 남겨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공간인 사고현장에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라는 이름으로 9·11 추모공원이 들어섰다. 테러발생 13년만인 2014년 5월에 세워졌다. 이스라엘 출신 미국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와 조경 건축가 피터 워커의 작품이다.

이들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자리에 각각 깊이 9m, 면적 4천㎡ 규모로 쌍둥이 연못을 만들었다. 인공폭포는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분당 약 1만1천400ℓ의 물이 각각 빈 공간의 중심부 속으로 쏟아지는데, 벽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은 그날의 눈물을 보는 듯하다.

이는 테러 공격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천여명의 테러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가장자리에서 그라운드 제로 쪽으로 물이 떨어지는 분수 연못이다. 연못 주변에 심어놓은 나무들 중에는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아 ‘생존 나무’라 불리는 배나무가 있다.

땅값이 비싼 맨해튼에 조성된 대형 추모시설은 테러의 아픔을 드러내며 세계인들에게 교훈을 주는 ‘상실의 기념비’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의 명소로 자리 잡은 추모박물관은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사회에 큰 상처를 안겨준 대형재난과 사고를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진 자리엔 사고 몇 시간 뒤면 말끔해지는 교통사고 현장처럼 여전히 더 높은 빌딩이 지어지고 더 빠르게 차들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사고를 기억하는 데 인색하다. 고통스럽겠지만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세상은 다 잊어도… 엄마는 잊지 않으마’ 그 마음 속의 말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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