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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면서 살아간다 (韜晦人生)
2019년 01월 08일(화) 18:47
이정랑
言論人(中國古典 硏究家)
 ‘도회인생’이란 ‘도회’를 인생의 원칙으로 삼아 살아간다는 계책이다.

 한나라 경제(景帝) 때의 낭중령(郎中令)들 가운데 주문(周文)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처음 그는 문제(文帝)의 어의(御醫-지금으로 말하면 황제 전담 주치의 정도에 해당)였다가 훗날 태자의 전문의로 임명되었는데, 그 태자가 바로 경제였다.

 경제는 즉위하자 주문을 낭중령으로 승진시켰다. 주문은 말을 매우 신중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늘 여기저기를 기운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며 부러 깔끔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경제는 그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는 침실까지 마음대로 드나들며 방사 때에도 자신의 곁에서 시중을 들게 할 정도였다.

 경제가 늘 신하들이 제기한 의견들에 대해 그에게 물으면 그는 “폐하께서 판단하옵소서.”라고 대답하며 남에 대해서 결코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다. 경제는 두 번씩이나 그의 집을 친히 방문하여 경의를 표시했다. 그가 장안에서 양릉(陽陵)으로 거처를 옮기자 황제는 그에게 재물을 보냈지만 모두 거절했다. 제후와 군신들도 물건을 보내왔으나 모두 받지 않았다. 주문은 오래지 않아 중병으로 사직하고 2천 석의 녹봉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냈다.

 같은 한나라 때 사회가 안정되었던 무제 시절, 궁중의 문서를 담당하던 동방삭(東方朔)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도 ‘도회’의 시조로 불릴만한 인물이었는데, 역대로 글을 배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동방삭은 장편의 글을 올려 무제의 눈에 들게 되었는데, 무제는 그의 글을 붓으로 표시해 가며 두 달에 걸쳐 꼼꼼하게 다 읽었다고 한다. 그는 무제의 시종이 되어 무제를 가까이서 보좌했다. 무제는 그를 무척 좋아해서 자주 식사를 함께 했는데, 동방삭은 먹다 남은 고기를 모두 옷소매에 넣어가지고 나가는 바람에 옷이 더러워지곤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제가 개인적으로 비단을 하사하면 그는 그것을 어깨에 메고 나갔다.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돈과 비단으로 장안의 미녀를 꼬드겨 아내로 맞아들이곤 했는데, 1년이면 버리고 새 아내를 맞아들였다.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불렀다.

 동료들이 때로 그를 대신해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무제는 언제나 “이 일은 동방삭에게 맡기면 너희들보다 훨씬 잘하겠다”며 나무라곤 했다. 누군가가 동박삭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소진과 장의는 모두 후세에 이름을 남겼소. 그런데 선생처럼 학문과 식견이 뛰어난 분이 기이한 방식으로 살며 벼슬 승진에는 신경도 쓰지 않으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이에 대해 동방삭은 엄숙한 태도로 대답했다고 한다. “당신들은 그 이치를 모르는 것 같군. 소진과 장의가 지금 시대에 태어나 산다면 나처럼 시랑 벼슬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야. 자고로 ‘천하에 재해가 없다면 비록 성인이 있다 한들 그 재주를 펼칠 길이 없고, 위아래가 화합하고 뜻을 같이 한다면 어진 이가 있다 해도 공을 세울 길이 없으리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시대가 변하면 상황도 변하는 법, 재야에 묻혀 있지만 천하의 큰 인물도 안중에 없는 것은 태평기라 그렇거늘 무엇이 의심스럽단 말인가?”

 이상에서 소개한 ‘도회인생’의 계략은 현대 사회에서도 제창할 만한 측면이 있다. 주문의 청렴함, 대세와 조화를 꾀하는 동방삭의 꾸밈없는 자세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당시의 역사적 조건 하에서 인간들의 인생철학을 존중하고 따르고자 한 현명한 계략적 두뇌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주문의 청렴함과 근면은 관료 사회에서 오랫동안 그의 깨끗한 이름을 유지하게 했으며, 동방삭의 명쾌한 것 같으면서도 모호하고 모호한 것 같으면서도 명쾌한 태도는 그 당시에도 시들지 않는 향기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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