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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칼럼] 세금만으로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겠는가

김경/본사 회장

2019년 02월 10일(일) 15:50
김경 회장
작년에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9·13 대책’ 이후 부동산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다. 정부의 속셈은 일단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런 단기 처방으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시장 위축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매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성사된다. 어느정도는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매매 거래 당사자들의 이익이 맞아떨어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내릴 때도 있다. 이 같은 시장 원리에 따라 우리나라 부동산은 꾸준히 올랐으며, 이걸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솔직히 한국 부동산 가격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다지 높은 것도 아니다. 상승률 역시 평균 수준이거나 그 이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나칠만큼 부동산 시장을 동결시키는 고강도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부동산 규제의 주된 내용은 세금을 높이고, 대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거래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관련 비용의 증가만 초래하고 있다. 세금이 오르는 것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가뜩이나 부동산 관련 비용이 높아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 비용을 턱없이 높게 하는 정책은 국민에게 부담만 주는 꼴이며, 국가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경제법칙에 영향을 받는다. 흔히 수도권 집값이 높다고 하는데 그만큼 수도권 지역은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지역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직장이나 교육, 문화여건 등에서 수도권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수도권에 집을 장만하려 하는 것이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은 떠나기를 주저한다. 그래서 좋은 곳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바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이 같은 원칙 때문에 세금으로 부동산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에 정부에서 내놓은 여러 방안들이 있었지만, 조세정책은 별로 효과가 없고, 오히려 금융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금융정책도 단기적 효과는 있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부동산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질 때 안정화된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안정화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손쉬운 조세정책만 나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취득하고, 보유하는동안은 물론 처분할 때도 각 단계마다 세금이 따라 붙는다. 이 가운데 취득과 처분은 거래를 의미해서 이와 관련한 조세를 ‘부동산 거래세’라 하고, 부동산을 갖고 있는 동안 내는 세금은 ‘부동산 보유세’라 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거래세에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있고, 부동산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정부는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강화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부동산보유세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그러할지언정, 우리나라의 부동산거래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팩트를 확인해보면 부동산거래세와 부동산보유세를 합한 실질적 부동산 세금은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상위 클래스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또 세금을 올리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세금을 올린다고 집값이 잡힐까. 지금까지 조세정책만으로 부동산시장을 잡은 사례가 있기나 하면 다행이다. 시장에서는 세금이 오른만큼 거래가격을 높이기 때문에 그 피해는 결국 실제 부동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세법을 뜯어고쳐 세금을 올리다보면 정부 곳간은 쌓일지 모르겠으나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가격은 물가수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상승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계속해서 세금만 강화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더구나 조세는 재산권의 침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남용해서도 안 된다. 세금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재산권의 침해를 넘어 국가권력의 약탈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발표된 부동산 관련 세제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또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과도한 금융정책을 이용하는 것도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부동산 담보력을 제한해 대출을 통제함으로써 창업이나 투자를 어렵게 한다면 우리 경제 전반을 어렵게 만든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금융제한을 강화한다면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모두 불태우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을 매수하는 일이 없도록 막아서는 정부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신혼부부나 젊은 사회 초년생들의 주택마련을 제한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관련 금융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 사회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난제가 발생할 것이다.

부동산안정화가 정부의 목표라면 단기적인 조세정책과 금융정책을 넘어, 부동산의 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장기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세정책만 쏟아내는 일은 제발 그만하기 바란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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