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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살원흉 전두환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
2019년 03월 11일(월) 18:14
전두환씨가 11일 형사재판의 피고인 신분으로 다시 법정에 섰지만 사과 한 마디 없었다. ‘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

그는 5·18 당시 군(軍)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 ‘사탄’으로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영삼 문민정부시절이던 지난 1996년 ‘12·12 쿠데타’와 ‘5·18 학살’ 관련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았던 전 씨는 이날 23년만에 다시 법정에 나왔지만, 예상대로 공소사실은 전면 부인했다. 한 마디로 유감스럽다.

더 유감스러운 것은 이날 재판 출석 과정에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유혈진압에 대해 사과하거나 희생자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씨는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상을 구기면서 “이거 왜 이래”라는 한 마디를 내뱉고 법정으로 곧장 들어갔다. 이런 그의 모습은 실망과 함께 분노를 유발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이 시위대를 강제 진압할 당시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헬기 사격은 지난해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사실로 확인된 사안이다. 광주 전일빌딩 10층 외벽 등에서 발견된 다수의 탄흔도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도 나왔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은 주한미국대사관의 ‘비밀 전문’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씨는 지금껏 5·18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이번 재판을 앞두고는 건강상(치매·감기) 문제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을 내세워 수차례 재판 불출석으로 국민을 짜증 나게 했다. 이런 그를 부인 이순자씨가 특정 극우보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운 것은 웃지 못할 코미디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은 전씨와 신군부 세력이 주도했다는 것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수없이 확인되면서 명명백백한 팩트로 입증됐다. 그런데도 당시 진압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전씨가 ‘광주사태 씻김굿의 제물’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사과조차 외면하는 것은 너무 뻔뻔한 처사다. 전 씨의 이런 그릇된 인식과 태도가 최근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일부 정치인의 5·18 망언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재판은 사실상 전씨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국민 앞에 속죄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가 최소한의 양심을 가졌다면 더 늦기 전에 조비오 신부는 물론 신군부의 총탄에 스러진 5·18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의 철저한 공소 유지와 재판부의 합리적이고 불편부당한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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