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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살인자 ‘미세먼지’ 재앙을 극복하는 법

김경 / 본사 회장

2019년 03월 19일(화) 14:38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전국을 뒤덮고 있다. 잿빛 하늘은 이제 일상화가 되었으며 웬만한 바깥 활동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날이 갈수록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있으니 당분간 ‘미세먼지 1등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폐렴·폐암은 물론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치매 증상까지 유발한다고 한다. 미세먼지 공포는 국민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설령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미세먼지 불안을 씻어내지 않으면 국민들은 행복할 수 없다.

급기야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세먼지 관련 3개 법 개정을 의결했다. 의결된 3개 개정법은 다음 주 중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의결된 법안 중 ‘액화석유가스(LPG)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은 LPG의 자동차 연료 사용 제한을 폐지, 일반인도 제한 없이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유차나 휘발유차보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적은 LPG 차량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PG 차량은 전체 차량 등록 대수의 8.8%(203만대) 수준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사회재난’으로 지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규모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행·재정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안전점검이나 재난대비 훈련도 할 수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배출량 정보를 분석·관리하는 ‘국가미세먼지 정보센터’의 설치·운영 규정을 현행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의결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배출원 분석과 배출량 통계를 고도화 해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정부출연기관, 대학교 등을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로 지정해 지원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정부는 국공립 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관의 전문역량까지 활용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석탄화력발전보다 적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같은 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다음달 1일부터 LNG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하한다. 이에 따라 발전용으로 수입하는 LNG의 수입부과금은 현행 1㎏당 24.2원에서 3.8원으로 84.2% 줄어든다. 석탄보다 깨끗하지만 세금을 더 많이 내는 LNG 발전의 세금을 줄여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 발전을 늘리자는 취지다.

현재 발전용 LNG의 미세먼지 관련 환경비용은 1㎏당 42.6원으로 유연탄(84.8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개별소비세와 수입부과금, 관세 등을 포함한 제세부담금은 LNG 91.4원, 유연탄 36원으로 LNG가 유연탄의 2.5배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수입부과금을 인하하고 작년 7월 예고한 개별소비세 조정을 시행하면 LNG의 제세부담금은 91.4원에서 23원으로 낮아지며, 유연탄은 36원에서 46원으로 올라간다. 석탄의 환경비용이 LNG의 두배인 만큼, 제세부담금도 LNG의 두배로 조정하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도 없지 않으나 미세먼지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개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법이 바뀐 만큼 정부는 철저한 후속대책 마련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또 1∼2개 부처의 대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국이 함께하는 총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들도 꼼꼼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서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모두 앞장서야 한다. 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오염원 뿐만 아니라 노후 경유차량과 석탄보일러 등 국민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다양한 오염원을 줄이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이웃나라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외교 노력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해 촘촘히 분석하고, 확실한 데이터를 근거로 관련국들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작금의 미세먼지 사태는 정부와 정치권을 포함, 온 국민이 모두 나서야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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