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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칼럼] 살찐 고양이법과 공평한 사회

김 경 / 본사 회장

2019년 04월 16일(화) 13:45
국민연금이 부도덕한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고위 임원들의 지나치게 높은 임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업의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사내이사와 감사의 보수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올리는 투자기업들을 요주의 대상으로 선정한 뒤,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보수 인상 안건을 올리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반대했는데도 개선하지 않으면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강도 높게 압박할 방침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보유 상장주식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했다. 특히 보수 수준이 회사의 규모나 경영 성과 등과 비교해서 과다한 경우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나아가 기업의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총에서 이사의 보수 한도를 올리는 안건을 제안해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경우 해당 기업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목해 공개서한 발송 등으로 입장표명을 요청하고, 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와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수년 전부터 투자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왔으나 대주주의 지분 벽에 막혀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임원조차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경영진의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최근에도 주식배당만으로 막대한 수입을 거두는 재벌 총수들이 별도로 고액의 급여와 퇴직금을 챙겨 논란이 됐다.

실제로 기업 임원과 일반 직원의 연봉 차이는 심하다.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2018년도 보수·급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외이사와 감사를 제외한 등기임원 301명의 평균 연봉은 11억4천400만원에 달했다. 미등기 임원 4천676명의 연봉은 평균 4억1천200만원이다. 반면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62만9천926명의 연봉은 평균 8천400만원이다. 등기임원의 연봉이 일반 직원의 13.6배에 달한 것이다.경제개혁연구소가 파악한 국내 재벌 총수 일가 출신 최고경영자의 보수(2017년 기준) 역시 일반 직원보다 평균 3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상당수 기업들은 매년 주총에서 임원들의 보수 한도를 인상하고 있다. 보수 한도 인상은 기업 총수나 이사·감사에게 모두 나쁠 게 없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안건이다.

물론 이들이 창의적 발상으로 뛰어난 경영 성과를 올리거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대가라면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경영 성과도 없이 보수 한도만 올린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일반 직원 등 기업 구성원에 돌아가야 할 몫이나 협력업체에 귀속돼야 할 몫,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침해한 것이다.

최고경영자와 일반 직원 사이의 급여 차이가 심각해지자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살찐고양이법’을 만들었다. 살찐 고양이는 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나 기업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프랑스의 경우 2012년 공기업의 연봉 최고액이 해당 기업 최저 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고, 스위스는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법으로 규제한다. 미국은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직원 급여 평균의 몇 배인지 매년 공개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심상정 의원이 민간기업은 최저임금의 30배를, 공기업은 1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가칭 ‘최고임금법’을 발의했으나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이런 시점에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지분을 활용해 지나친 보수 인상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물론 방어 수단이 주총에 나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뿐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나아가 선진국처럼 우리도 고위 임원들의 연봉이 일반 직원들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높을 때는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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