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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칼럼] 6·12 북미 공동성명 1주년을 맞이하며

김 경 / 본사 회장

2019년 06월 11일(화) 09:22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첫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는 4개항에 대한 합의 성명도 나왔다. 양 정상이 이른바 6·12 공동성명을 발표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양국 정상의 성명은 북미 간에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담았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미군 유해 발굴·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그대로만 이행된다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도 놀라웠지만 70년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을 청신호를 문서로 밝혔다는 점에서 세계는 주목했다. 무엇보다 북미 대화는 그 지향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 구조를 해체한다는 의미를 띄었고, 톱다운 회담과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촉진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던 북미 대화의 열기는 급랭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역시나 큰 산 한 두 개가 아니라 거대한 산맥을 넘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라는 걸 확인한 셈이다.

하노이 회담은 애초 6·12 공동성명의 구체적 실천과 실질적 이행 문서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합의 없이 끝나 북미뿐 아니라 여러 북핵 문제 이해 당사국에 어려움을 안겼다.

아니나 다를까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은 연말까지만 기다리겠다며 버티기 자세로 들어갔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하면서 자력갱생을 다시 내세웠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추후 더 큰 군사 시위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에 맞선 미국 역시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 간에 접점을 넓혀야 하는 한국 정부의 처지가 곤란해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은 서로를 헐뜯지 않고 신뢰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톱다운 회담이 이끈 북미 대화라는 걸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또 북미가 서로 정세 악화를 막으려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이 두드러진 것도 희망을 갖게 하는 요소다.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이 시기 가장 요구되는 과제는 비핵화가 북미만의 이슈가 아니라 민족 생존이 걸린 국제 의제라는 인식 아래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일이다. 교착상태가 길어져 비핵화 협상 엔진이 꺼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비핵화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가져오는 것이기에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대북 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데, 그 전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3차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을 놓는다면 비핵화 행로에 다시 탄력을 붙이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3차 정상회담을 위해 북미 간 물밑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발언은 주목된다.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북·북미 간 대화의 계속을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에 조만간 남북·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 간 신뢰와 대화 의지를 지속해서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과 미국 양측이 굳은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며 서로의 합리적 관심사를 잘 살핀다면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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