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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에서] 주52시간제 시행, 혼란 피하려면


이문수 / 본지 편집인 겸 사장

2019년 06월 19일(수) 07:25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의 큰 관문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노선버스와 방송, 교육서비스, 금융, 우편 등 이른바 ‘특례 제외 업종’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이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노사합의를 할 경우 법에 정해진 연장근로 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례 제외 업종’은 당초 26개였다가 제도 시행을 위해 5개만 남겨놓고 21개 업종이 제외됐다.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해당 사업장 중에서 일부는 아직도 준비가 안 돼 있다. 별도의 조치 없이 다음달 1일 시행을 강행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 비율이 5%를 넘는 67곳이 특히 문제다. 노선버스업 38곳, 방송업 6곳, 교육서비스업 4곳 등이 포함돼 있다. 노동부는 이들 사업장을 별도로 분류해 주시하고 있지만 고작 열흘 정도의 시간동안 인력 충원 등을 해서 52시간제를 시행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들 사업장이 그동안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 만큼 사정을 헤아려줄 필요가 있다.

당초 주 52시간과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근무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삭감일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노동부도 특례제외 사업장 중 주 52시간 초과근무 노동자가 전혀 없는 사업장이 85.3%나 되니 추가적인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지난달 버스노조 총파업을 보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이 주 52시간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파업에서 쟁점이 됐던 지자체별 버스노조 측의 주요 요구사항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버스노조는 오히려 근무시간 축소, 임금의 일률적 인상, 정년연장, 노조지부장 근무 일수 축소 등과 같이 주 52시간과는 본질이 다른 사항들을 요구했다.

이는 당장 7월부터 특례에서 제외되는 21개 업종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부는 특례제외업종 중 방송국과 대학을 가장 불안한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 방송업의 경우 보도·방송제작 등 특정 직군에 초과노동이 집중됐다. 대학은 대입 전형시기인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입학사정관 등 특정 직군에 장시간 노동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노선버스의 경우와 같은 상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크다.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하고 있다. 대학은 지난 10년간 반값등록금과 입학생 감소 여파로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노선버스 사업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들 사업장에서 총파업이 발생하면 추가비용을 국민이 또 부담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풀려면 현재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려야 하는데. 이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 공전으로 기약조차 없다.

앞으로 21개 특례제외업종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인심만 쓰고 대가는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방정식이 완성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정부와 국민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자를 과도한 노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나아가 국민의 삶을 더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퇴근을 제때 하지 못하는 직장인,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바람에 건강을 해치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업무 특성이 다양한 현장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그 부작용을 무시한 채 일정에 따라 시행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한 입법으로부터 시작됐다.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단기적으로 탄력 근로의 기한을 최소 6개월로 연장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주 52시간 제한을 적용할 특수한 사업장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기자이름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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