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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 예술 행사마저 짖밟은 일본
2019년 08월 04일(일) 13:05
엄연한 역사에 눈감고, 인권 감수성 수준을 드러내는 일본 정부의 비상식을 보여주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일본은 자국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강제로 중단시켜버린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는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한 현대 미술 작품을 한데 모은 것으로,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기획전 형식으로 마련됐다.

소녀상과 함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도 행사 시작 사흘 만에 통째로 중단됐다. 전시회 이름처럼 표현의 부자유가 역시나 입증된 셈이다.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는 개막하자마자 정부의 중단 압력과 우익 세력의 항의에 맞서 싸워야 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정부의 행사 보조금을 조사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정부 보조금을 고리로 전시 중단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서슴지 않고 드러낸 것이다. 전시 무대인 나고야 시의 가와무라 다카시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까지 했다.

일본의 보수 우익 세력은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탱크를 몰고 전시장으로 들어가겠다”고 위협했다.

우익 세력의 발언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 문화 행사를 중단시킨 것은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또다시 들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야기된 문제와 갈등을 그것 자체로 풀지 않고 경제·무역으로 확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문화 분야로까지 넓힌 꼴이다.

누가 봐도 적절하지 않고 지나치다. 국제사회도 일본의 옹졸과 독단을 비판하고 있다. 법원 판결을 공격하는 것은 삼권분립이 기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사건이다.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압력은 비단 자국 내부에서 행사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베를린의 여성 예술가 전시관인 ‘게독’(GEDOK)에서는 지난 2일부터 ‘토이스 아 어스’(TOYS ARE US)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소녀상의 작가인 김운성-김서경이 만든 소녀상이 출품돼 전시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 전시회 측에도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큐레이터들이 성명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본 정부가 강제로 전시를 중단시킨 것은 “역사적 폭거”이며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 될 것이다. 큐레이터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전시 중단 결정에도 여전히 전시의 지속을 바라고 있다. 일본의 언론도 일부 정치인의 압력과 우익의 협박을 강력히 비판했으며, 일본펜클럽은 이번 전시가 계속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이 강제징용배상 판결이나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경제·무역 분야로 확대하고,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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