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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동산에서] 조국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탈출구는 없나


전광선 / 본지 발행인 겸 대표이사

2019년 09월 29일(일) 13:51
9월의 마지막 주말인 28일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만 보면 1980년대 5공 시절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나라가 왜 이 모양인가.

우선 서울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옹호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조국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보란듯이 ‘검찰 개혁’이라는 푯말을 들고 촛불시위를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와 이에 대한 언론 보도를 소위 ‘적페’로 규정하며, 이를 청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었으며, 집회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오히려 피해자’, ‘조 장관의 딸은 공부를 잘 한 모범생’ 등이라는 말을 외치며 조 장관을 두둔하려 애를 썼다.

같은 시간 도로 바로 건너편에서는 자유연대 등 보수를 표방한 단체들이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범죄자 조국의 장관직 사퇴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문재인 정권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조국 같은 이중인격자, 교도소에 가야 할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하고 있다”면서 “돈 없는 서민 가정 자녀들이 받아야 할 장학금도 빨대로 다 빨아먹었다”고 힐난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강원 충청 호남 영남 제주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주요 지역에서 장외집회를 동시다발로 열고 ‘조국 사퇴’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조죽 법무부 장관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그야말로 파상 공격을 퍼부었다.

민생 법안 처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경제활력 촉진 입법, 선거법 개정, 검찰 개혁 의제 등을 다루기에도 벅찬 국회가 조국 이슈로 모든 것을 팽개치고 주요 신문과 방송은 연일 조국 관련 보도로 넘쳐나 어지러울 지경이다. 여론의 피로감도 누적되면서 지치고 지겹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온다.

온갖 구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그 이후 대한민국은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회 대정부질문도 여지없이 조 장관 문제로 점철됐다. 예상된 일이지만 조 장관 이슈가 다른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조국 블랙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정부질문 문답 과정에선 조국 장관이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한 것이 드러기도 했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에 놀란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 달라고 했을 뿐이며, 수사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명백한 직권남용 행위라며 조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자신과 가족 사건 수사에 대해선 보고도 안 받고 지휘도 안 한다고 공언한 조 장관이 더는 부적절하거나 오해 살만한 행위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낙연 총리마저 조 장관의 통화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해받을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을까.

고위공직자의 처신은 신중하고 무거워야 한다. 하물며 조 장관은 자신과 관련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기에 이해충돌 우려가 상존하므로 한층 더 조심해야 한다. 의도했든, 안 했든 조 장관이 검사에게 전화를 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문제가 있다.

어쨌든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은 오로지 진실을 가려내는 수사에만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일각의 우려와 같이 검찰이 정치하겠다고 덤비면 정말 곤란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통제받지 않은 채 정치를 움직이고 세상을 쥐락펴락한다면 ‘검찰 공화국’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 판국에 문재인 대통령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아무런 간섭 없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하라고 말했다. 법, 제도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찰이 검찰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하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 개혁을 지지하고 조 장관 가족 수사가 과도하다고 여기는 여론에 힘을 보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사가 적절하다는 여론도 많은 만큼 문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 세력은 종합적인 여론을 두루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파 대결과 진영 논리는 더 심화될 것이다. 그나마 검찰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야 여론 변화나 정국 진정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여야 정치권은 제발 민생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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