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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칼럼] 연이은 대규모 집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경 / 본사 회장

2019년 10월 10일(목) 10:16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 광화문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예상대로 참여자가 많아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예정된 집회 시간은 오후였으나 아침부터 인파가 몰렸으며 중장년층은 물론 20대 젊은이들도 많았다.

대한민국 중·장년들은 스스로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있게 한 주역으로 자부해왔다. 숱한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남들이 부러워하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낸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광장으로 나선 것은 최근 자신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성과와 가치체계가 부정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광장정치는 주말인 5일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도 열렸다. 이곳에서는 광화문 집회와 반대로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이 전면에 내걸렸다. 조국 일가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윤석열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다고 본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대거 나섰다. 현 국면에서 밀리면 촛불에 의해 탄생한 문 정부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시차를 두고 서로 반대방향으로 치달은 양 집회는 상대편 집회를 의식해 참여 인원을 최대한 부풀리는 세 대결 양상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집회규모로는 최대치로 생각됐던 100만 명을 훨씬 넘어 서로 200만~300만 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시민들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답답함과 절박함으로 거리에 뛰쳐 나갈 수 있으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세를 불러 모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광장의 세와 외침이 정치권에 의해 어떻게 수용되느냐 하는 점이지만 우리 정치권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야 정치권은 서로 진영논리에 입각해 자기 진영의 집회 주장에 대해서만 귀를 열었다. 자기 진영 집회에 대해서는 각각 ‘국민열망’, ‘민심’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반대 진영 집회에 대해서는 ‘내란선동’, ‘관제집회’라고 깍아내렸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청와대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초동 촛불집회의 요구에 곧바로 반응하면서 검찰개혁을 주문하고 나섰으나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첫 반응이 나온 것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였지만 기대 이하였다. 문 대통령은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면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못지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했지만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은 그 말을 그대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여당은 물론 청와대에 의해서도 자신들의 주장이 계속 무시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인 9일 이들이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다시 열린 보수단체의 ‘조국 규탄’ 집회에 대규모로 동참한 까닭이다.

10월 두 번째 주말인 오는 12일에는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됐다. 광장으로 나간 시민들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가는 것은 문 대통령 말대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수용하지 못해 시민들이 계속 광장으로 내몰리고 양 진영이 세 대결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심각한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더욱 큰 문제는 조국 이슈가 다른 중대 현안을 모두 집어삼키는 블랙홀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난제가 산적해 국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하는 시점에서 이것은 엄청난 국력 낭비이고 손실이다.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지 탄식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모두 반성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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