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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개발에 고향을 잃은 원주민
2020년 05월 31일(일) 14:12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어야 할 옷, 먹어야 할 음식, 안전하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살 집이 필요한데 이것을 의식주(衣食住)라 한다. 이것은 삶의 기본이면서 행복조건 수단이기도 하다. 의식주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행복의 첫 단계는 통과한 것이다.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면서 빚이 없이 사는 것이 복지 사회의 관문인데 언제부터인가 주거 문제가 아파트화 하면서 삶의 보금자리인 고향이 없어졌으며 사람이 부화장에서 깬 병아리처럼 삭막하게 고향의 향수를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의 고향의 봄 동요는 도시 아파트에서 태어난 어린이는 생소한 이야기로 들린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행복 조건인데 아파트 문화가 도시를 잠식하면서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정들었던 동네가 철거되고 원주민은 쫓겨나게 되었으며 그에 대한 원주민의 배려가 부족하여 원주민은 본래 집터에 지어진 아파트로 들어가 살 수 없으며 신축된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은행 빚쟁이 신세가 되고 만다.

빚 없이 살려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 이웃끼리 정답게 살던 마을이 없어지고 쫓겨나 흩어진 원주민들은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와 대기업은 공장을 지어 재미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지어 이익을 보는 재개발사업이다. 아파트값 책정에서 정주영 씨기 대선 공약에서 말했듯이 원주민이 고향에 들어와 살도록 배려해서 반값으로 공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원주민은 고향을 잃고 빚쟁이가 되면서 행복 조건에서 집 때문에 불행한 삶으로 젖어 들게 되었다. 따라서 도시 재개발 아파트 공사는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정답을 알고 추진해야 한다. 어느 날,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던 건물이 갑자기 없어진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친근한 공간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것은 삶에 불안감을 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환경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일부이며 향수가 젖은 곳이며 정든 주거환경은 곧 행복의 기본요건이 된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은 주거 문제를 야기했다.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이 나라의 제일 큰 과제였던 때가 있었다. 1988년부터 정부는 200만 호 아파트 건설을 추진해 일산, 분당, 평촌 같은 ‘베드타운형’ 신도시가 생겼다. 주택난과 함께 주거의 질 문제도 제기되었다.

도시재생사업은 시대 상황과도 부합한다. 사실 그동안 재개발사업은 건물이 가장 낡고 주거환경이 제일 열악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가장 돈이 되는 곳, 이른바 사업성이 큰 순서로 추진되었다.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자 정작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떠나야 했다. 소중한 추억은 지워졌고 동네는 해체되고 주민들은 갈등하고 분열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재개발이었던가?

낙후된 지역을 재생시켰더니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과 상권을 개척한 이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일컫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이러한 부작용을 상징한다. 도시의 속칭 달동네 마을은 산비탈에 게딱지같이 붙은 달동네로서 주거의 질이 낮지만 떠날 수도 없는 저소득층 주민이 대부분이 살고 있다. 이들은 낡은 주택을 개축하고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넓고 밝게 만들었다. 작은 경로당, 공동작업장 등을 꾸며 주민들이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충족감을 주었다.

이들은 좀 불편하지만, 현실에 만족하며 불평 없이 살고 있다. 이들에게 도시 재개발은 악재다. 저성장과 인구감소 시대의 도시재생 정책이 중시해야 할 것은 규모나 속도가 아니다. 예전의 대규모 재개발정책은 드넓은 땅을 확보해 큰 건물을 짓고 큰길을 내는 일이라 대자본만이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 길을 고치고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동네 기업과 개인 기술자도 할 수 있다.

도시재생의 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오래되고 낡았다고 해서 부수고 허무는 것이 아니라 고쳐 쓰는 것이다. 도시는 오래전에 태어나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하나의 생명체라는 인문주의 정신이 밑바탕이다. 주민과 행정, 전문가를 도시재생사업의 세 주체로 들 수 있다.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이다. 행정의 속도 주의, 성과주의가 작동할수록 시민의 뜻과 엇가기 쉽다. 도시재생사업은 주민들의 욕망과 개별적인 이해관계와 부딪칠 일이 많으므로 주민과 착실한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지체는 시민이 분수에 맞는 행복한 삶을 유도해야 하며, 재개발 아파트건축 사업으로 행복 조건인 의식주에서 주택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빚쟁이로 전락하는 원주민을 생각해야 한다./정기연(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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