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민일보]김범남 기자=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탓한다.’

4·29 국회의원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운동을 보면 이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기자의 눈엔 ‘광주의 맹주’를 자처하는 새정치연합의 눈에 큼지막한 들보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야권 단합론’과 무소속 천정배 후보의 ‘야권 혁신론’이 팽팽하게 대결했다. 그만큼 선거일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총력전을 펼치는 등 다른 어느 선거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특히 지역 정가에서는 조영택 후보와 천정배 후보의 예측할 수 없는 피 말리는 승부가 투표율과 지지층 결집에 의해 당락의 최종 열쇠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이 열리면서 천 후보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천 후보의 승리의 밑바탕에는 2017년 대선을 멀리 두고 일당 독점구도의 새정치연합 개혁 등 야권의 쇄신이 먼저 필요하다는 광주 시민의 심판의 목소리가 깔려있음을 반증했다.

천 당선인의 무소속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공식 선거전을 전후해 여섯 차례나 광주에 내려와 조 후보 지원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 지방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쳤다. 항상 선거철이 돌아오면 반복되는 새정치연합의 조직선거의 전형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도 매번 부르짖던 ‘미워도 다시 한 번’ 정서를 이용해 조직력으로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광주 민심은 새정치연합의 반성과 개혁을 촉구하며 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사전투표를 포함해 40%를 넘는 높은 투표율이 반증하듯 정치개혁을 바라는 지역민의 바람은 막판 투표장으로 이어졌고 새정치연합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울림 없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제1야당이란 프레임과 광주의 맹주로 군림하던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대패하고 텃밭인 광주 수성마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는 새정치연합에 물어보고 싶다. 새정치연합이 강조한 원칙과 신뢰는 과연 무엇인가. 남들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게 ‘원칙’인지. 누가 보더라도 새로울 것 없는 물량 공세만이 그토록 내세운 ‘신뢰’인지.

새정치연합이 물량 공세는 과거와 같이 먹히지 않았다. 그만큼 새정치연합의 쇄신이 정권교체를 위한 선결과제라는 천 후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표심을 흔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들춰내는 ‘원칙과 신뢰’가 지금 새정치연합을 휘어잡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