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민일보]김범남 기자=‘원수리 시편’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별세한 고 심호택(1947~2010) 시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유고시집이다. 고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 된 ‘원수리 시편’은 여전히 시인의 맑고 따뜻한 눈길을 담고 있다.

시집 첫 작품으로 수록된 ‘할미새’에서도 물씬 풍겨나듯 그의 시 한편 한편은 자연과 이웃에 대한 더할 나위없는 애정의 눈길로 가득하다.

또 다른 수록 시 ‘겨울편지’에서도 시인의 이러한 심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꾸밈없는 듯 쉽고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시인의 진솔한 언어는 읽는 이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의 시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보편적인 사람살이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갖가지 삶의 장면들뿐 아니라 자연과 사물들을 늘 따뜻한 애정과 환한 웃음으로 감싸 안고 있다.

여기에 그들을 자신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의 시는 삶과 사람과 시가 다르지 않은 따뜻한 한 세계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익살 또한 대단하다.

문병 온 친구에 대한 뒤틀린 심사를 읊은 시 ‘문병’에서 시인은 철없는 친구의 어리석음을 해학적으로 뒤집는다. 더욱이 시인이 남긴 시편들 속에서 더 순정하고 간절하게 빛나는 풍경들은 그래서 더 오랜 여운을 남기며 그를 기억하게 한다.

마흔이 훨씬 넘은 늦은 나이에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 ‘하늘밥도둑’을 통해 질박하고 생명감 넘치는 대지적 상상력과 잃어버린 공동체의 유기적 삶을 환기하는 시편들로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따뜻하고 맑은 눈길을 지닌 시인이었다.

사소한 경험이나 오래된 기억의 편린도 그의 섬세한 눈길이 닿으면 애틋하고 아련한 서정으로 되살아났다.

그의 소박하며 잔잔한 어법은 한편으로 오늘의 메마른 현실을 환기해 정겨우면서도 쓸쓸한 감흥을 일으켰다.

그의 시에는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사람살이의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때문에 그의 시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으로써 그의 시는 삶과 사람과 시가 다르지 않은 따뜻한 한 세계를 이루어냈다.

심호택 시인은 1947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시집으로 하늘밥도둑, 최대의 풍경, 미주리의 봄, 자몽의 추억이 있다. 원광대 불문과 교수를 지냈으며 2010년 1월 교통사고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