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민일보]김범남 기자=‘중심의 괴로움’은 삶과 자연 그리고 우주가 맺고 있는 숙명적 관계를 극도의 함축언어로 노래한 시인 김지하의 연작시집이다.

저항시인으로 유명했던 김지하가 자신의 생명사상을 응결시킨 ‘중심의 괴로움’에서 그는 삼라만상의 어느 작은 사물 하나라도 우주의 총체적인 질서와 무관한 것이 없다는 인식의 투철함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버려진 것들, 형편없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더욱 주목한다.

의미의 압축과 어려운 수사는 일찌감치 걷어냈다. 이번 시집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가볍게 읽히는 시는 아니다. 어느 순간에 짠해지고 가슴 뭉클해짐을 경험하게 된다.

이미지와 의미와 관념의 홍수에 난삽해진 시, 허장성세의 시, 뻘짓·헛짓하며 시 쓰는 척하는 이에게는 따끔한 회초리 같은 시집이다.

김지하의 문학세계는 권위주의적인 지배 정권에 대한 치열한 투쟁과 저항 운동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집 ‘향토’와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일련의 시편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직접적인 반역과 대결의 논리를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실체로 고착화시키지 않고 생명의 세계에 대한 천착으로 반전하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중심의 괴로움’을 통해 그가 추구하고 있는 생명의 본성과 실체에 대한 탐색의 변화가 보인다.

이러한 문학적 변모는 죽임의 세력에 대한 직접적인 응전과 저항의 대립 구도에서 죽임의 세력까지도 순치시켜 포괄해 내는 생성과 살림의 문화를 향한 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단계로 심화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지하의 문학세계는 사회·역사적 현실에 대한 치열한 부정 의식을 자신에 대한 도저한 탐색의 역정으로 치환시키고 이를 다시 우주 생명의 본성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순환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러한 문학적 도정에는 전통적인 민족 민중적 세계관이 근저를 이루고 있다. 그의 문학세계는 동양의 유현한 생명사사의 전통, 민본주의적 유산, 문예 미학의 양식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흙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 괴롭다/ 흔들린다” 시 ‘중심의 괴로움’ 일부다.
김지하는 1941년 목포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생명운동가다.

60∼70년대 저항시인으로 도피와 유랑, 투옥과 고문 등 고난의 길을 걸었다.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로부터 로터스상, 세계시인대회 위대한 시인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