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민일보]김범남 기자=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 이은 김경주씨의 두 번째 시집 ‘기담(奇談)’은 제목처럼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적과도 같다.

시집은 전체 3막에 ‘연출의 변’과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구운몽(口雲夢)’ 등 희곡적 구성이 도드라진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낯선 것은 관습과 약속을 위반함으로써 빚어지는 언어의 충격적 변신이다.

새로운 언어의 개척자라는 측면에서 김경주 시인은 극단적이고 근본적이다. 때문에 김경주 시인이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등단 7년차에 두 번째 시집을 낸 그를 두고, 동료 시인과 평론가들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해함과 비문(非文) 등으로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경주의 시를 지지하는 쪽은 기존 시의 문법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적 감각과 뛰어난 서정성을 선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기담’의 시인 역시 남들과 다른 새로운 언어를 모색한다. 아니 시인이 새로운 언어를 시도한다기보다는 언어가 시인을 부려서 (인간에 얽매이지 않은) 독자적인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언어가 인간들을 향해 하는 말 같다.

시집 ‘기담’은 시도 극도 아닌, 하지만 시도 극도 아직 실현해보지 못한 장르 미상의 어떤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욕망한다.

시인은 타고난 직관으로 자기 앞에 놓인 새로움이 미지의 것이며, 자신이 온몸으로 그곳을 향해 나아갈 때 그 정체가 비로소 눈앞에 펼쳐질 것임을 본능적으로 간파하며 움직이는 모험가와 같다. 이 심미적 모험가의 길에 결코 포기는 없다.

총 42편이 묶인 이번 시집은 3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가 아닌 ‘막’으로 이루어졌다는 데에서 이 시집이 희곡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김경주에 대판 비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독자와의 소통 부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은 두번째 시집 ‘기담’으로 가면서 더 두드러진다.

김경주는 이 시집에서 기존의 언어 문법을 파괴하고 ‘언어극’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선보였다. 실험의지가 지나쳐 미학이 자폐적 성격을 띠며 소통력을 잃어버린 것이 걱정스럽다라는 평가도 있다. 또 시인의 기교가 극단적 형식주의로 함몰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는 우려도 있다.

김경주는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와 산문집 밀어, 패스포트 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