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민일보]박근혜대통령의 국가 리더십이 사실상 상실된 상황에서 집권 새누리당까지 공멸하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당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인데 친박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집권여당의 자격이 있는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정권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문제를 놓고 며칠째 자중지란에 빠져 분당 사태까지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제대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다. 정작 책임을 져야할 이정현 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자리지키는데 연연하고 있는 반면 비주류 당직자들만 자진사퇴에 나서며 그나마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친박계의 사퇴거부는 명분도 없고 국민들의 눈에도 곱게보이지 않는다.
정진석 원내대표 주재로 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최순실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방식을 놓고 비주류와 주류 간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이날 사퇴한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이 곪아 터진 환부를 도려내고 깨끗한 중도보수 가치의 구심점으로 다시 우뚝 서려면 이제는 강성 친박이 후퇴할 때”라며 당 지도부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앞서 김종석 전 여의도연구원장, 오신환 전 홍보본부장, 김현아 전 대변인이 잇달아 당직을 사퇴했다. 당 소속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꾸려진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약칭 진정모)은 이날 다시 모여 지도부 사퇴요구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 난국이 쉽게 풀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이 제안을 수용하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가 당내에서도 불신받은 상황에서 여야 협상이 잘 될 리 만무하다.
친박 세력의 상당수는 지금 와서 “최순실을 몰랐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측근들을 그동안 방관하거나 방조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집권당 지도부가 이번 국정 혼란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하루속히 물러나는 것이 사태 수습을 돕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