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남도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역시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어 민심의 분노를 가라앉히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담화 역시 최순실 사태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 시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최 씨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아직도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나 성찰이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검찰에 의해 사건의 공동정범이자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비선 실세’ 최 씨를 비롯해 측근 인사들과 공모해 비리에 가담했다고 의심받을 만한 증거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힘들게 됐다. 이렇게 검찰의 명명백백한 수사에 도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본인이 비리 의혹과 관련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더욱 당당하게 검찰의 조사에 응하는 것이 당당한 자세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두 번째 담화에서 검찰과 특검 조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결국 허언이 됐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내놓은 이런저런 거부 사유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조사를 받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본인의 거취 문제를 밝히면서도 비리 의혹 조사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만 했다. 이런 정도로는 특검의 조사를 제대로 받겠다는 기존 입장이 유지되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특검은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강제 조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의 수사 노력을 다해야 한다.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최순실 게이트’ 특검 후보로 추천한 변호인가운데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검사로 임명했다. 박 특검은 앞으로 20일 동안 수사시설 확보, 특검보 임명 등의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 날부터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특검은 본조사 70일, 연장조사 30일 등 최장 120일간 수사할 수 있다. 거대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의 거취 문제나 탄핵 등의 정국 상황과 별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낱낱이 조사해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