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목) 15:49
| [김승호의 교육 더 깊이보기]4차 산업혁명과 지식교육 무용론 |
| 2018년 04월 10일(화) 1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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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0여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 몇 분과 회식을 하면서 학생지도의 어려움에 대하여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공부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수가 이전에 비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걱정이었다. 일부 우수학생들을 제외하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시험을 앞두고도 전혀 준비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기에 새롭게 나타난 부정적인 현상은 학부모들조차 자녀가 공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하거나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려고 해도 학생들이 배우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초학력 부족으로 수업을 이해할 수 없어서 결국 포기해 버린다는 분석, 공부를 못해도 대학갈 수 있으니 편하게 학교 다니려 한다는 분석 등이 나왔다. 필자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녀가 공부하지 않더라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언론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뉴스전문 채널의 공익광고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자는 의도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나 학교교육의 무용론을 내포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현재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학생들의 65%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라며 출처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전 세계에 퍼뜨린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을 들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 따져보니 그 말은 WEF에서 발간한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 도입 부분(3쪽)에서 ‘한 통계치에 의하면(By one estimate)’으로 재인용한 것이다. 통계치 65%는 학문적인 연구 결과가 아니고 유튜브(Did you know?)에 나온 영상물의 자료를 재인용하여 근거가 미흡하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성인이 되었을 때 거의 쓸모없는 지식이 될 것이라고 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부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주장의 근거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주장을 확인 없이 재생산하는 언론에 대해 학교교육 담당자로서 매우 당황스럽고 아쉬움을 크게 느낀다.
영국의 BBC 라디오는 65%의 근거를 여러 국가의 관련 학자들을 추적하여 찾고자 했으나 확인하지 못했고, 근거가 없는 통계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BBC 라디오에서는 65%라는 통계치가 미국 듀크대 교수인 캐시 데이비슨(Cathy Davidson)의 2011년 저서로 테크놀리지가 학교교육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Now You See It"에서 최초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책의 출판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의 기사로 인용된 후 다른 여러 저서나 신문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직접 데이비슨 교수와 통화를 하여 확인하고자 했다. 저자는 미래학자 짐 캐롤(Jim Carole)의 2007년 저서(Ready, Set, Done)에서 호주 정부의 혁신위원회 관련 웹사이트 통계를 재인용한 것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짐 캐롤에게 확인하고자 연락했으나 실패했고, 호주의 관련 웹사이트조차 폐쇄되어 더 이상 확인할 수 없게 되자 2012년부터 65% 통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BBC 라디오는 호주 정부에 관련 웹사이트와 통계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으나 역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65%는 근거가 없는 통계치고, 한국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근거로 한 65%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BBC 라디오는 불확실한 통계치를 근거로 하여 학교교육이 쓸모없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즉,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미래의 직업생활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면 학생들은 학습의욕을 상실하고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평가전문가 데이지 크리스토돌루(Daisy Christodoulou)의 말을 우리도 한번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미래에 담당할 직업의 종류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래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체계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비록 그들이 직업생활을 할 때 그 지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될지라도 현재는 그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은 사회 모든 분야에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너도 나도 그것에 관한 전문가이고, 그것에 따른 변화와 혁신을 주장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명확한 개념정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변화의 폭과 규모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특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 지식을 확보해 주어야 하고, 동시에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한다. 학부모와 교육자가 지식교육의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데이지 크리스토돌루의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려고 해도 학생들이 배우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초학력 부족으로 수업을 이해할 수 없어서 결국 포기해 버린다는 분석, 공부를 못해도 대학갈 수 있으니 편하게 학교 다니려 한다는 분석 등이 나왔다. 필자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녀가 공부하지 않더라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언론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뉴스전문 채널의 공익광고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자는 의도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나 학교교육의 무용론을 내포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현재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학생들의 65%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라며 출처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전 세계에 퍼뜨린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을 들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 따져보니 그 말은 WEF에서 발간한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 도입 부분(3쪽)에서 ‘한 통계치에 의하면(By one estimate)’으로 재인용한 것이다. 통계치 65%는 학문적인 연구 결과가 아니고 유튜브(Did you know?)에 나온 영상물의 자료를 재인용하여 근거가 미흡하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성인이 되었을 때 거의 쓸모없는 지식이 될 것이라고 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부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주장의 근거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주장을 확인 없이 재생산하는 언론에 대해 학교교육 담당자로서 매우 당황스럽고 아쉬움을 크게 느낀다.
영국의 BBC 라디오는 65%의 근거를 여러 국가의 관련 학자들을 추적하여 찾고자 했으나 확인하지 못했고, 근거가 없는 통계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BBC 라디오에서는 65%라는 통계치가 미국 듀크대 교수인 캐시 데이비슨(Cathy Davidson)의 2011년 저서로 테크놀리지가 학교교육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Now You See It"에서 최초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책의 출판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의 기사로 인용된 후 다른 여러 저서나 신문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직접 데이비슨 교수와 통화를 하여 확인하고자 했다. 저자는 미래학자 짐 캐롤(Jim Carole)의 2007년 저서(Ready, Set, Done)에서 호주 정부의 혁신위원회 관련 웹사이트 통계를 재인용한 것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짐 캐롤에게 확인하고자 연락했으나 실패했고, 호주의 관련 웹사이트조차 폐쇄되어 더 이상 확인할 수 없게 되자 2012년부터 65% 통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BBC 라디오는 호주 정부에 관련 웹사이트와 통계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으나 역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65%는 근거가 없는 통계치고, 한국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근거로 한 65%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BBC 라디오는 불확실한 통계치를 근거로 하여 학교교육이 쓸모없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즉,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미래의 직업생활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면 학생들은 학습의욕을 상실하고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평가전문가 데이지 크리스토돌루(Daisy Christodoulou)의 말을 우리도 한번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미래에 담당할 직업의 종류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래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체계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비록 그들이 직업생활을 할 때 그 지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될지라도 현재는 그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은 사회 모든 분야에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너도 나도 그것에 관한 전문가이고, 그것에 따른 변화와 혁신을 주장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명확한 개념정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변화의 폭과 규모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특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 지식을 확보해 주어야 하고, 동시에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한다. 학부모와 교육자가 지식교육의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데이지 크리스토돌루의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