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어느덧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에게 ‘세월호’는 여전히 참기 힘든 고통이고 가슴 아픈 이별이다.
그만큼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다.

무책임한 국가를 향한 분노는 ‘우리의 삶은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한다’는 성찰을 불러왔으며, 마침내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젠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던 국가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물 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 역시 작년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구멍이 뚫린 선체는 목포신항으로 옮겨졌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3년을 견딘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온 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직립 작업을 위해 상부 구조물을 모두 걷어내고 그 자리에 녹색 철판을 덧댓 상태이며, 현재는 선체 손상을 우려해 설치한 지지대에 기대고 있다.

엇그제 필자가 목포신항을 찾아 살펴본 세월호는 선수 갑판이 찢어여 있는 등 상당 부분 손상돼 있었다. 인양 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생채기라고 한다. 침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차량 램프도 절단돼 있었고, 선체 뒷면에 새겨진 ‘세월호’라는 글씨도 이제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워졌다. 흐릿해진 ‘세월호’ 글씨를 바라본 순간 가슴 한 구석이 쓰리고 아팠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들의 뇌리에서조차 ‘세월호’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시민들의 가슴에 달려있던 ‘노란 리본’은 이제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자들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일부 극우 보수단체에서는 ‘세월호 장사’라고 폄훼하며, 이제 그만 세월호를 잊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물론 한 없이 ‘세월호’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우리의 기억 저편에 자리잡았을 ‘세월호’를 영영 떠나보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세월호 장사’를 하는 이유는 여태껏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다섯 명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고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사고 원인 규명은 요원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산적해 있다. 뭣보다 단원고 남현철·박영인 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등 미수습자 5명이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수색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사고조사특별위원회는 더 이상 얼버무리지 말고 그날의 참상에 대해 국민 앞에 명백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뿐만 아니라 자살과 교통사고 사망, 노인빈곤과 같은 불행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어떤 지표들보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내면이 갈라지고 깨어지는 균열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전한 치유의 과정도 없이 안으로부터 깨지고 갈라진 균열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갈등만 깊어졌다.

세월호 4년, 이제 우리는 우리 삶을 살리는 정치를 제공하고, 우리 삶을 살리는 정치를 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우리의 삶 속에 새로운 시대의 국가적 과제가 있으며, 그 속에 국가가 있고, 정치가 있고, 민주주의가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국가가 도입하는 정책과 제도는 시민의 삶과 맞닿아 있어야 하고 시민의 고통과 아픔을 직접 끌어안아야 한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추모의 의미를 넘어 살아남은 자들의 몫을 되새기는 일이다.

세월호 4년, 우리 삶을 바꾸는 새로운 선택은 깨어 있는 시민의 몫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향후 대책 마련에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참사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세월호는 누워 있고, 당시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의문이라는게 안타깝다. 내년 5주기 때는 더 이상 이런 글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