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강남의 오나라와 월나라는 대대로 원수지간이었다. 오나라왕 부차는 즉위한 지 얼마 안 되어 월나라를 공격했다. 당시 오나라의 수도는 오(吳-지금의 강소성 소주)였고, 월나라의 수도는 회계(會稽-지금의 절강성 소흥)였다. 두 나라 군대는 태호(太湖)와 고성(固城-지금의 강소성 고순현 남쪽) 일대에서 전투를 벌였고, 월나라가 대패했다. 월나라 왕 구천은 대부 문종을 오나라의 태재(太宰)인 백비(伯비-당시 그는 전선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에게 보내 화해를 청했다.

　백비는 문종이 가져온 황금·옥 등 귀중품과 미녀를 보고는 득의양양해져 문종을 왕 부차에게로 데려갔다. 문종은 부차를 만나 월나라 왕이 오나라 왕의 신하가 되길 간청하며 월나라의 토지도 오나라에 바치겠다고 했다. 부차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편 보내온 예물을 거두고 월나라 왕 구천으로 하여금 오나라로 와서 자기를 모시라고 했다.

　『사기』 「월양구천세가 越王勾踐世家」와 『오월춘추』에는 월나라 왕 구천이 나랏일을 문종과 다른 대신에게 맡기고 자신은 처자식과 대부 범려를 데리고 서울 회계를 떠나 오나라로 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나라 왕 부차는 구천을 자기의 아버지 합려(闔閭-부차의 아버지로 과거 오·월 전쟁에서 전사했다)의 무덤 옆 돌방에서 말을 먹이도록 했다. 대신 범려도 그들과 함께 허드렛일을 하면서 지냈다.

　구천은 3년 동안 부차의 말을 먹이며 조심조심 근신하며 참고 살았다. 부차가 매번 수레를 타고 나갈 때면 구천은 그를 위해 말고삐를 잡고 수레를 몰았다. 부차를 모시는 구천의 자세는 참으로 주도면밀했고 정성스럽기 그지없었다. 문종도 수시로 월나라 국내에서 각종 귀중품을 가져와 백비에게 갖다 바쳤고, 백비는 그의 왕 부차 앞에서 구천에 관해 좋은 말을 해주었다. 언젠가 한번은 오왕 부차가 병이 났다. 구천은 백비를 통해 부차의 침실로 들어가 손수 부차를 간호했다. 부차는 진짜 감동했고, 병이 나은 후 구천 부부와 범려를 석방, 귀국시켰다.

　구천은 고국 월나라로 돌아온 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나라를 회복시킬 결심을 굳히고, 정치는 문종에게 군대는 범려에게 맡기고 전국민에게 분발해서 부국강병을 이루자고 호소했다. 10년간의 준비로 인구를 늘리고 재물을 축적하는 한편 국민과 군대의 교육훈련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것이 이른바, ‘십년생취(十年生聚), 십년교육(十年敎育)’이었다. 구천은 자신의 투지를 확고히 다지기위해 편안한 생활을 마다했다. 심지어는 이불도 덮지 않고 침상에는 장작을 깔아놓고 옆에는 쓸개를 준비해서 식전 또는 휴식시간에 늘 그 쓰디쓴 맛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이것이 저 유명한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쓰디쓴 쓸개를 맛본다’는 ‘와신상담’이다.

　10년이 지나지 않아 월나라는 국세를 회복하고 날로 발전·강대해지기 시작하더니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오나라를 격파했다. 구천은 문종·범려와 함께 직접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로 쳐들어갔다. 오나라는 이 기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백비는 투항하고 부차는 자살함으로써 오나라는 마침내 망하고 말았다.

　‘와신상담’, ‘십년생취, 십년교훈’은 훗날 각고의 노력, 비분강개, 설욕의 맹세 등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또 실패나 좌절을 당한 후 자신이나 상대를 격려하는 중요한 방법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