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 사회에는 매우 특별한 장학금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부모가 소위 ‘새마을 지도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른바 ‘새마을 장학금’이다.

광주시가 새마을장학금을 지급해 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내무부 준칙에 따라 전국 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곧바로 새마을지도자회 회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박정희 유신독재시절 태생한 유신 잔재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도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서는 조례에 근거해 시비 50%와 구비 50%로 재원을 마련하고, 2년 이상 활동한 새마을지도자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작년 기준 지급된 장학금은 1인당 약 163만원이다. 특정 단체 회원의 자녀라는 이유로 시민들의 세금을 투입해 장학금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은데다 유사한 단체들간에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새마을 장학금’의 폐지를 요구했고, 마침내 광주시의회 몇몇 의원들이 나서서 특혜 논란이 제기된 문제의 새마을 장학금 지급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으나 관련 상임위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새마을지도자회의 눈치를 살피는 의원들이 딴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조례 폐지를 발의한 의원은 광주시의회 김광란·신수정·장연주·정무창·최영환 등 모두 초선 시의원들이다. 하지만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폐지조례안 심의·의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새마을장학금 특혜 폐지 시민회의’는 최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새마을장학금 조례 폐지 문제가 일부 시의원들의 부정적 입장에 따라 처리 여부가 기로에 놓여 있다”며 “40년 묵은 유신적폐, 새마을장학금을 당장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회의는 “태생부터 관제 동원조직이었던 새마을회는 해마다 막대한 사업비와 조직 운영비를 지원받고, 자녀들한테 장학금까지 지급해 왔다”며 “지난해 광주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는 새마을장학금 즉시 폐지 판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일부 시의원들이 조례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공정사회를 바라는 시민들 편에 설 것인지, 특정단체 이해관계에 따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새마을 지도자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봉사단체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마침 시의회가 19일 행정자치위원회를 열어 조례안 폐지 여부를 심의한다고 한다. 김익주 행정자치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익단체들의 시위나 기자회견과 상관 없이 반드시 심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와 새마을지도자회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 대다수가 무엇을 바라는지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광주시의회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