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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자유한국당이 민심을 얻으려면…

제갈대종 / 편집국장

2019년 02월 25일(월) 15:19
제갈대종/편집국장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당권주자들이 TV 토론과 합동연설회에서 보여준 행태는 상식 이하 수준이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한결같이 죄를 범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 교도소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후보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발을 쏟아내며 극우 보수 이데올로기에 스스로를 가뒀다. 당권 잡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태극기부대의 환심을 사느라 일반 국민의 상식에서 한참 벗어나는 언행을 일삼은 것이다.

23일 온라인 투표를 시작으로 전당대회 당일까지 투표가 이어지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정권을 창출할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글렀다.

특히 막바지 TV 토론회에서 불거진 최순실 태블릿PC와 탄핵 타당성 논쟁은 냉소를 키웠다. 유력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토론회에서 태블릿PC에 문제가 많다면서 국과수의 검증까지 끝낸 ‘조작 가능성’을 주장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증거가 고스란히 담긴 태블릿PC는 검찰 수사와 1심 판결에서 조작되지 않았고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났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황 전 총리가 이런 발언을 입에 담은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수준을 넘어 매우 충격적이다. 법을 아예 모르는 서초동 강아지도 이렇게 짖어대지는 않는다.

그는 또 지난 19일에는 “박 전 대통령,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되지 않았다”며 “탄핵이 타당했던 것인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행태다.

황 전 총리는 정치인 이전에 법조인이다. 서슬퍼런 검찰의 공안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과 대한민국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그런 그가 이 나라의 사법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을 비롯해 국과수, 법원이 모두 “태블릿PC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결론를 내린 사실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조차 없는 사람처럼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변희재씨가 자신이 저술한 책과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최순실의 태블릿PC 관련 JTBC의 보도가 조작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기소된 뒤, 작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었는데, 황 전 총리는 뉴스도 보지 않았나보다. 당시 재판부는 “변씨가 사실 확인 없이 막연한 추측에 의해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판시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황교안은 법률가의 양심에 어긋나는 폭탄 발언을 하면서 아무런 증거나 해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냥 시정잡배들처럼 태극기부대의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황교안 전 총리는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총리에서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전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그땐 대통령권한대행 자리가 탐났을까. 그 당시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하자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국민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대통령권한대행 신분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 2017년 5월 9일까지 대통령권한대행 자리를 고수했다. 이런 그가 탄핵이 잘못됐고 태블릿PC도 조작됐다고 떠드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이처럼 황당한 발언과 함께 ‘박근혜 망령’에 갇혔다는 비판을 받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중심에는 이른바 ‘태극기부대’가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사람들이 전국순회 합동연설회장을 장악했고, 과격한 발언을 부추겼다. 이들은 헌재와 법원의 판결로 파면되고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을 무작정 옹호하며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태극기부대’는 보수의 마지막 보루를 자임하며 꾸준히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태극기부대의 시작은 2016년 겨울, 온국민의 촛불집회에 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묻지마 충성’을 선언한 때부터다. 이들의 특징은 태극기와 함께 미국 성조기를 들고 나온다는 점이다. 1945년 일본의 폐망 이후 한반도가 남북으로 쪼개지면서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군이 신탁통치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이들은 경선 투표권을 가진 자유한국당의 책임당원으로 대거 유입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태극기부대의 표를 얻고자 망발을 일삼는다면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는 암울하다.

작년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반년 넘게 비대위 체제를 이어온 자유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심에 역주행하고, 오로지 권력에만 매달린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커녕 보수의 미래도 없다. 더 늦기 전에 망발을 멈추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길 조언한다.
기자이름 /제갈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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