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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산지폐기 농민의 심정 헤아려야
2019년 03월 07일(목) 15:12
본격 영농철을 앞두고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배추 주산지인 해남의 한 농가에서는 7일 “재배 농민들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애써 기른 배추를 밭에서 그대로 폐기했다. 이 같은 배추 산지 폐기는 해남에서만 11㏊(1만여t)에 달한다.

배추를 폐기하는데도 간단치가 않다. 배추를 폐기하려면 배추 포기마다 묶여 있는 끈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지난 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상품 배추를 생산하기 위해 농민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묶어놨던 끈이다. 이렇게 정성스레 키운 배추를 산산조각 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밭을 갈아엎는 트랙터의 엔진보다 더 타들어갔다. 밭을 개간하는데 써야 할 트랙터의 대형 바퀴와 칼날들이 땅속에서 봉긋 솟아오른 배추를 여지없이 짓뭉개놓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농민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산지에서 배추를 폐기하는 이유는 무작정 작물을 놔두면 상태가 나빠지고, 자리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봄 작물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온창고에 저장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 창고 이용료만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배추 가격은 2014년 겨울 배추 파동 이후 안정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가을배추 풍년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잔여량이 많이 남은 가을배추와 겨울배추 출하 시기가 겹치면서 가격이 더욱 떨어져 결국 산지 폐기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진 것이다.

이 같은 채소류 가격 하락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처 2년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이는 2016년 8월(0.5%)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대 초중반에 머물다가 9∼11월 2%대로 올라섰으나 12월(1.3%) 다시 1%대로 내려왔다. 이어 올해 1월에는 0.8%로 1년 만에 1%를 밑돌았다.

물가 상승세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품목은 농산품이다. 농·수·축산물이 1.4% 하락해 물가를 0.11%포인트 낮췄다. 특히 채소류는 무려 15.1%나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끌어내렸다. 품목별로 보면 배추(-42.5%)를 필두로 딸기(-21.3%), 파(-32.8%), 무(-39.6%), 양파(-32.3%), 호박(-27.3%) 등이 크게 하락했다.

물론 지난해 한파로 가격이 치솟다가 올해는 상대적으로 따뜻하면서 풍작을 거둔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으나 농민들은 절망 수준을 넘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도 도시민들에게 귀농정책을 홍보하고 있지만 이렇게 산지폐기를 하는데 과연 잘 사는 농민이 얼마나 될 것이며, 이를 지켜본 도시민들이 얼마나 귀농을 선택하겠는가. 정부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땜질처방 대신 보다 근본적인 영농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길 바란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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