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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에서] 걱정스러운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문수 / 본지 편집인 겸 사장

2019년 03월 10일(일) 12:32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각종 불·탈법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구속되거나 검찰에 넘겨지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13일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입후보자 59명이 검찰에 입건됐다. 광주지검 공안부(이희동 부장검사)와 관내 지청(목포·장흥·순천·해남)이 지난 주말까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서 입건한 숫자다. 현재 내사가 진행중이거나 별도로 경찰에서 수사중인 사례는 제외됐으니 위법·혼탁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59명 가운데 16명을 기소하고 3명은 불기소했으며 40명은 계속 수사 중이다. 검찰에 입건된 불법 사례를 보면 유형별로는 금품선거가 34명(57.5%)으로 가장 많았고, 흑색 선거 19명(32.5%), 사전 선거운동 등 기타 불법 선거운동 6명(10%) 순이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검찰은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광주 남구 한 단위농협 조합장 A(63)씨를 구속기소 하고 부인 B(62)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A씨 부부는 지난 1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조합원 10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현금 625만원을 주고 조합원 한 명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부부에게 돈을 받은 일부 조합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진 신고를 했고 광주시선관위가 이들 부부와 측근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A씨가 구속된 후 선관위에서 조합원들에게 자수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여죄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최초로 제보한 조합원 등에게 총 1억원 상당의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농업협동조합(축산업협동조합 포함)·수산업협동조합·산림조합 등 전국 조합 1천344곳의 조합장을 새로 선출한다. 이 가운데 농협이 1천114곳으로 가장 많고 산림조합 140곳과 수협 90곳 등이며, 전국의 유권자 수는 광주(3만600명)와 전남(42만8천명)을 포함, 262만7천여명이다. 광주의 경우 농협 16곳, 산림조합 1곳, 수협 1곳 등 모두 18곳이다. 전남은 농협 145곳, 산림조합 21곳, 수협 19곳 등 185곳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조합장 선거의 불법·혼탁 양상은 4년 전 첫 전국동시선거 때도 문제가 됐으나 이번에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이 24시간 수사상황실을 설치해 집중단속에 나서고, 농림축산식품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금품수수 사례는 4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정부 세종청사에서 농협중앙회와 함께 공명선거 추진단 점검회의를 열어 선거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점검회의를 계기로 정부는 공식선거운동 종료일인 12일 자정까지 농협중앙회와 함께 별도의 팀을 꾸려 금품수수 등 불법행위 예방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아울러 후보자 등에 대해 공명선거 준수를 촉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마을 이장의 협조를 얻어 공명선거 안내방송을 실시하며, 거점지역의 장날에는 대규모 캠페인단을 투입하기로 했다.

조합장 선거가 과열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조합장에 당선되면 누리는 각종 혜택과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되면 억대 연봉이 보장되고 하나로마트 운영과 대출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이를 선정하는 과정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또 정치에 뜻을 둔 입지자들이 조합장 자리를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등 지역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장차 지방선거의 유권자인 조합원들에게 합법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자리로 조합장만큼 좋은 게 따로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선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권자 수가 적다 보니 출마자들은 학연과 지연, 혈연 등을 동원해 후보자를 매수하려는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것이다.

둘째, 조합장 동시선거에 적용되는 ‘공공단체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의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신인 후보들의 경우 자신을 알릴 기회조차 과도하게 제한하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직 조합장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와 달리 배우자나 직계가족의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원인이야 어쨌든 불법·탈법 선거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조합의 수장이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고, 조합 내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와 선관위는 과도한 선거운동 제한 등 법률상의 문제점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기자이름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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