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에 대해 바짝 엎드렸다. 김순례·김진태·이종명 3인방 의원의 ‘5·18 망언’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연이어 터진 ‘설화’로 모처럼 회복세를 타고 있던 당 지지율이 다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세월호 망언 사건이 터지자 당직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여과없이 피력하고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일 열리는 당 윤리위원회는 황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이날 세월호 유족들을 막말로 비난한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은 물론 ‘5·18 모독’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안을 다룬다. 5·18 징계안 심사는 망언의 무대가 된 공청회가 지난 2월 8일 열렸다는 점에서 한참 뒤늦었다. 세월호 막말 징계안 논의는 문제가 불거진 16일로부터 불과 사흘 만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당 지도부의 속전속결 의지가 엿보인다.

경기 부천·소사 당협위원장인 차명진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비난했다. 정진석 의원도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징글징글해요”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두 사람의 만행이 알려지자 여론은 싸늘해졌다. 지난 2월 전당대회를 거쳐 당 대표에 오른 뒤 리더십 공고화에 주력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유감을 표시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후폭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여론을 되돌리는 것은 당 윤리위 몫으로 남겨졌다. 그런데 징계 여부와 수위를 두고서 당내 의견이 여러 갈래로 찢겨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이 윤리위에 회부된 것을 두고 18일 페이스북에서 “잘못된 시류에 영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막말을 하는지 궁금하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징계 문제를 매듭지을 시기를 놓치면 여론은 더 악화될 것이다.

징계 수위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자유한국당 주류가 우익 편향이 지나치다 못해 극우에 포획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는 요즘, 이를 불식하고 전통적 중도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기회로 이번 위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당 윤리위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상식에 부합한 단안을 내려야 한다.

당 지도부와 윤리위는 ‘5·18 망언’에 대한 처리도 엄정하게 해야 한다. 지난 2월 당 비대위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이종명 의원과 달리 김진태·김순례 두 의원은 모두 전대 출마자라는 이유로 징계 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자유한국당이 제명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탈당권유 수준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