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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동산에서] ‘주52시간제’가 초래한 버스파업 결의

전광선 / 본지 발행인 겸 대표이사

2019년 05월 12일(일) 15:44
서울과 광주 등 전국 12개 시·도에서 버스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차량으로는 2만여대, 참여 인원은 4만명이 넘는다. 만일 노사합의가 불발되면 오는 15일 전국에서 교통 대란이 벌어진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 체제가 도입된 이래 버스업체에 1년간 적용된 특례가 오는 7월 1일 없어져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데서 촉발됐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과 임금 감소분 보전을 요구해 왔지만 요금 인상 등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업계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 이른 형국이다.

솔직히 이번 소동의 핵심은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임금 삭감이다. 버스 문제는 근무 형태의 특성과 지역별 여건 등으로 차기가 있으나 지난 1년동안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와 정부, 지자체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주당 근로시간을 법으로 제한하고 근로자들에게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려면 소득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 그런데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버스기사들의 임금만 삭감됐으니 ‘차라기 좀 더 일하고 월급이라도 한 푼 더 받자’는 근로자들 하소연이 더 설득력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면 시의적절한 보완책으로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기본급이 전체 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표를 의식해 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자치단체장의 행보는 계속됐으며,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버스업계에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 지급을 서로 미뤘다.

버스업계는 매년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대로 무작정 임금을 인상할 수도 없다. 더욱이 버스의 공공성 때문에 적자 노선이라고 해서 함부로 없앨 수도 없다. 운수회사를 경영하는 필자의 친구도 수십년간 유지해온 버스노선을 적자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폐지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지 산간마을 주민들은 장날을 맞아 읍내에 가거나 손주들을 만나기 위해 대도시로 이동할 때 정기버스를 이용한다. 자가용이나 택시가 대도시에서는 흔한 교통수단일지 몰라도 농산어촌 도서벽지에서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버스업계가 소위 ‘돈 되는 노선’만 쫓아다닌다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어찌하겠는가.

나아가 업체측이 ‘버스를 운행하면 할수록 적자’라면서 하루아침에 차를 세워버린다면 그간 해당 버스를 이용했던 시민들은 무슨 수로 출퇴근을 하고, 장을 보러 나갈 수 있겠는가. 올해 초 업체측과 지자체의 협상 결렬로 아직까지도 운행되지 않고 있는 광주 공항버스(시내버스) 1000번이 대표적 사례다. 광주 원도심인 동구 지산동과 신도심 상무지구를 거쳐 광산구 KTX송정역을 잇는 1000번은 동구민들에게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지만 여전히 운행 재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버스요금이 2015년 이후 동결된 상태라서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는 국토부의 진단에도 설득력이 있다. 시외·고속버스 운임 인상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지만 시내버스 요금 조정 권한은 지자체에 있는 만큼 특히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지자체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금을 조정하도록 유도하고 사안에 따라 선택적인 국고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한 경제기조는 소득주도성장과 분배정책이며, 이 같은 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두 가지 큰 변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이다. 그런데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부터 강행하다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공정한 분배와 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기조만 바뀐다고 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분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행·재정적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출범 3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이제 국민을 상대로 벌였던 무책임한 임상실험을 중단하고 민생을 위한 정치에 나서길 바란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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