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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칼럼]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신중해야

김경 / 본사 회장

2019년 07월 11일(목) 16:5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를 마친 토지비용 바탕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현재 분양가 자율화 제도 하에서 책정한 분양가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울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자 김 장관은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도입하겠다’가 아닌 ‘검토하겠다’이지만 이전 발언과 비교하면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한층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면 준비된 추가대책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이 제도 시행을 기정사실화하는 시각도 많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하는 것은 오로지 집값,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누구도 이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명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 억제를 표방해온 이 정부가 여태 이 제도를 꺼내놓지 않은 것은 제도의 부작용도 분명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건지, 아니면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면 신중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민간택지에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낮추면 전체 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본다. 새 아파트를 청약을 통해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 기존 아파트를 고가에 살 이유가 없고, 그렇게 수요가 줄면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부작용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기존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오래된 단지·지역의 집주인이나 건설사들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재건축, 재개발을 포기하고, 이런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줄며, 인근의 신축아파트 등은 희소성이 높아져 수요가 몰리고, 이는 결국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어느 시나리오가 맞을까.

전자의 그림대로 가려면 ‘새 아파트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초기의 전제가 잘 작동해야 한다. 분양가를 낮춰주면 시행 초기 이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게, 아주 짧은 기간에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즉 치열한 경쟁을 뚫은 일부 당첨자들이 저렴하게 분양된 아파트를 받아 좋아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싼 분양가에 맞춰 토지와 건물을 제공할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분양가는 억지로 낮출 수 있지만 손해 보면서 재건축, 재개발도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 집값이 안정될 테니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제도의 찬성이나 반대쪽 모두 내심 그걸 기대하거나 우려하는지도 모른다. 시행 초기에는 이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충격요법일 뿐이어서 그 효과가 오래 가기는 힘들다.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돼 장기적으로 권장할 바가 못 된다.

그렇다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격이 얼마나 떨어질까.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의 세부 시행 기준을 봐야 겠지만 실제 상한제가 도입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20∼30%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의 각 구별로 땅값과 분양가가 달라 획일화할 순 없지만, 현재 아파트값이 높은 강남권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것은 물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관리하는 분양가보다도 20∼30%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무역 전쟁에 이어 일본의 강제징용배상 판결 보복 조치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살얼음 걷듯 조심스럽게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전반적인 경기에는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만 잡는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그 묘안이 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효과와 부작용을 잘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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